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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랜드의 가치,

- 공간으로 말하다

광화문 한 호텔, 지하 1층 계단 벽을 밀면 비밀스러운 지하공간이 나온다. 어두컴컴하지만 화려한 분위기의 술집. 1920년대 미국 금주법 시대의 불법 주점을 모티브로 꾸며 놓은 스피키지바다.

 단속을 들킬까 봐 손님들에게 '작게 말해(speak easy)'라고 주의를 주었던 것에서 유래한 스피키지바는 겉보기에 술집인지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만들어 아는 사람만 들어올 수 있다. 이 곳 역시 어떠한 안내판도 주소도 없어 왠지 비밀스럽고 특별한 느낌을 준다. 또한, 이국적인 분위기와 빈티지한 소품들, 외국인도 많이 찾아 한 순간 정말 뉴욕으로 들어온 것처럼 착각하게 한다.

그렇다면, 이런 이색카페나 테마호텔이 계속 생겨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곳곳에 노출되어 있는 파이프 배관과 깨진 타일, 안전모와 컨테이너 박스로 꾸민 엘리베이터.

  CGV의 100번째 상영관인 신촌 아트레온은 '영원히 공사중' 이라는 컨셉에 맞춰 거칠고 자유로워 보이는 분위기를 연출해냈다. 직원들은 당장이라도 공구를 들고 수리를 할 것 같은 파란색 작업복을 입고 근무를 하며, 스낵 코너엔 '팝콘 팩토리' 라고 적힌 간판이 걸려있다. 이렇게 인테리어 소품과 조명 하나하나에 빈티지한 느낌을 불어넣어 소비자로 하여금 마치 공사장에 와있는 듯한 착각을 하게 만들었다. ‘인테리어가 아주 색다르다’, ‘재미있었다’ 등 SNS나 블로그에 게시된 극장 자체에 대한 평은 굉장히 긍정적이었다. CGV의 변화는 '영화관은 깔끔하고 쾌적해야 한다'는 기존 상식에서 벗어난 과감한 도전이었으며, 소비자에게 강력한 인상을 남기게 된 것이다. 그러나 혹자는 ‘너무 뜬금없다’ 라고 이야기 하기도 했다. CGV는 소비자들에게 강력한 인상을 심어 주긴 했지만 이를 통해 본인들이 무엇을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인지는 효과적으로 전달 되지 않은 것이다.

CGV의 사례와 같이 지금까지의 스페이스 텔링 마케팅은 그저 공간에 특정한 이야기를 담는 데에만 집중해왔었다. 소비자들에게 즐겁고 신선한 경험을 선사하겠다는 것에 집중한 나머지, 브랜드 아이덴티티와는 전혀 상관없는 이미지를 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이제는 공간에 이야기를 담는 이러한 마케팅 전략에 너무 많은 브랜드들이 뛰어들고 있어 단순한 스토리텔링 만으로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다. 남다른 차별화 포인트가 필요한 시점. 스페이스 텔링 마케팅에도 변화가 요구된다.

철수가 영희 꼬신 샤랄라 다방.

영국 명품 브랜드 버버리.

  대학로에 한 카페는 90년대 복고풍으로 꾸며져 있다. 테이블은 모두 교실 책상이고 출석부엔 반합 도시락, 병 콜라 등 메뉴가 쓰여 있다. 이 곳에서 종업원은 반장이라 불리며, 카운터는 급식실이다.

이곳을 찾는 손님들은 신발장 안에 있는 실내화를 신고 교련복과 복고가방, 가발 등 소품을 이용해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DJ박스에서 음악을 신청할 수도 있는데 주로 젝스키스나 핑클 등 90년대 K-POP 음악이 흘러나온다. 사람들은 불량식품이라 불리던 추억의 과자들을 먹으면서 책상 서랍 안에 넣어져 있는 그림일기에 흔적을 남긴다. 책상은 물론이고, 칠판이나 사방 벽에 쓰여 있는 낙서에서 학교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으며 추억의 만화책을 읽거나 공기, 부루마블 등 다양한 놀이들을 통해 그 세대 사람들에겐 추억을, 젊은이들에겐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스페이스마케팅>의 저자 ‘홍성용’ 대표는 어떤 장소에서의 경험이나 체험이 그 장소에 대한 이미지로 기억된다고 했다. 그 곳에서의 경험이 즐거웠다면 자연스럽게 그 장소에 대한 이미지도 긍정적으로 기억될 것이다. 최근, 기업에서는 자신들의 공간에 이야기를 입혀 소비자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함으로써 그들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는데 주목하고 있다.

  제품과 소비자가 만나 브랜드가 하고 싶은 메세지를 직접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공간은 보통 오프라인 매장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최근 매장의 역할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것뿐만 아니라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를 판매하는 것까지 확장되었다. 매장을 통해 브랜드를 느끼게 하고 남들과 차별화된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이 하나의 큰 목적으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그들의 전략을 마케팅적 관점에서 '스페이스 텔링 마케팅'이라고 부른다. 기업들은 공간을 활용한 마케팅 전략인 스페이스 마케팅에 스토리텔링이라는 요소를 더하여, 소비자들이 단순히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매장을 찾기보다는 그 곳의 스토리를 경험하고 공간 자체를 즐기기 위해 매장을 찾을 수 있도록 시도 하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수세기에 걸쳐 전해져 내려온 뷰티 시크릿을 담은 특별한 제품들은 200여년이 지난 현대 감성으로 재해석하여 아름다움의 비밀을 공유하는 것을 모토로 하는 화장품 브랜드가 있다. 바로 18세기 후반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된 불리. 불리는 브랜드의 모토를 제품뿐만 아니라 공간과 매장 인테리어에도 적용하여 소비자들에게 그들의 가치를 다양한 방면으로 전달하고 있다. 그들은 21세기 서울 한복판에서 19세기를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현대의 흐름을 따르되 전통적 제조방식을 고수한 제품과 19세기 프랑스 파리의 매장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매장 분위기, 그리고 제품 구매 시 깃털이 달린 만년필로 직접 글씨를 써주는 것까지.

그들은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매장 전체에서 느낄 수 있도록 했다.

  한국 최초의 단독 버버리 청담 매장은 건물 외관부터 누가 봐도 버버리 매장임을 알 수 있도록 설계했다. 외관디자인은 버버리의 아이코닉 체크 패턴과 골드컬러를 사용하여 버버리 대표 제품인 트렌치 코트를 연상시킨다. 매장 안을 들어서면 리테일 시어터 컨셉을 반영하여 9개의 비디오 스크린과 120여개의 스피커를 통해 런던에서 직접 송출한 브랜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매장 전체에 버버리 향초가 켜져 코끝을 향긋하게 자극한다. 층과 층을 이어주는 석조 계단은 17세기 프리스탠딩 계단 스타일로, 바닥은 유러피언 오크로 재작하여 컬러나 분위기 모두에서 영국에 와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게 하였다. 이렇게 명품의 위치에 있는 버버리는 그들의 아이덴티티가 손상되지 않고 소비자들에게 온전히 전달 될 수 있도록 매장이라는 공간을 적극 활용하였다. 그들의 브랜드 이미지를 공간에 잘 담아냈을 뿐만 아니라 오감을 통해 버버리 자체를 느낄 수 있게 하였다. 눈과 귀, 코 모두를 사로잡은 그들의 스페이스 텔링 마케팅은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에게 브랜드에 대한 로열티를 강화하고자 했다.

    매장은 소비자와 제품이 직접적으로 마주하는 접점이다. 때문에 브랜드 가치와 공간, 그리고 그들만의 스토리를 연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매장이라는 공간을 통해 소비자에게 경험 그 이상의 것을 전달해야 한다. 불리와 버버리 사례와 같이 이제는 공간에 이야기를 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브랜드의 가치를 함께 담아 고객들이 경험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입체적으로 기억하게 하는 것이 스페이스 텔링 마케팅 전략을 활용하는 기업들이 풀어 나가야할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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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 Sohee

Park So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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