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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위한 콘텐츠 속 성차별

그 변화의 필요성

  <뽀롱뽀롱 뽀로로>의 등장인물 ‘루피’,<꼬마버스 타요>의 등장인물 ‘라니’ 그리고 <로보카 폴리>의 엠버의 소개를 보자. 이 소개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드는가? ‘요리를 잘하는’, ‘귀여운’ ‘수줍음’, ‘상냥’, ‘애교 만점’, ‘여성스러운’ 등 사회가 여성에게 원하는 고정관념이 담겨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에 반해 남성 캐릭터는 ‘호기심이 강하고’, ‘낙천적’, ‘활달한’ 등 중립적인 성격을 부여하였다.성격뿐 아니라 캐릭터의 외형에서도 여성에 관한 고정관념을 찾을 수 있다. 애니메이션의 다른 남자 캐릭터들이 파란색뿐 아니라 빨간색, 초록색, 노란색 등 다양한 색상을 가지고 있는 것 과 달리 대부분의 여자 캐릭터들은 핑크색인 경향이 있다. 위의 소개했던 세 캐릭터 중 두 캐릭터가 핑크색인 것을 볼 수 있다. 단순히 여자아이들이 핑크색을 좋아해서 여자 캐릭터들이 핑크색인 것은 아니다. 색상의 선호도 역시 학습으로부터 오는 것이다. 실제로도 디즈니 만화영화 <겨울왕국>이 아이들에게 큰 인기를 끈 후, 엘사의 색인 파란색이 여자아이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색상이 되었다. 우리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여자 색과 남자색은 따로 있지 않다고 배우면서 자라왔지만, 아직도 애니메이션 산업에서는 변화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성 고정관념이 담겨있는 콘텐츠를 계속 보고 자란 아이들은 어떤 영향을 받게 될까? 어린이 미디어 연구에 따르면, 유아기는 전 생애 중 신체적, 정신적 성장이 가장 빠르며 주위 환경의 영향을 가장 강하게 받는 시기 중 하나이다. 유아들은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을 자신과 쉽게 동일시하여 주인공의 행동뿐 아니라 가치관까지도 쉽게 모방하고 배우려는 경향이 있다. 어릴 때부터 성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서 또다시 이러한 콘텐츠를 만들기를 반복 할 것이다.

  2002년 김명희님의 논문에서도 TV 만화영화에 나온 성 역할 연구를 볼 수 있다. 비슷한 시기에 이 논문뿐 아니라 많은 다른 논문에서도 아이들을 위한 애니메이션에서 나타나는 성차별적인 요소에 대해 지적하고 있었다. 하지만 10년 넘게 지난 지금도 다를 것이 없다. 변화는 왜 일어나지 않을까?

  최근 홍준표 대선후보의 돼지흥분제를 사용하여 성폭행 모의에 가담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다. 자신의 자서전에서 친구의 성폭행을 돕기 위해 돼지흥분제를 구해준 이야기를 적은 것이 뒤늦게 논란이 되었다.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다. 아무리 자신의 잘못했던 일에 대한 반성문을 쓰는 형식의 자서전이었다고 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검토해서 만들어 졌을텐데 왜 아무도 잘못됐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을까? 성폭행이 단순히 무용담처럼, 재미로 쓸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 할 사람은 몇 되지 않는 사회였을 것이다. 이제 와서 문제가 되는 것은 그것이 범죄라는 것을 인식하는 사회로 변화한 것이다.

  우리는 당연히 갖는 참정권이지만, 여성의 참정권이 변화일 시절이 있었다. 과거, 여성이 참정권을 가지면 남성을 무시하고, 집안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인식하였다. 심지어, National Association Opposed to Woman Suffrage이라는 여성 참정권에 반대하는 협회의 창립자는 여성이라고 한다. 여성이 참정권을 갖는 것이 이상하다고 여겨서 남성뿐 아니라 여성들도 갖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시기였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여성의 참정권을 인정한 뉴질랜드의 변화의 시작에는 케이트 셰퍼드가 있었다. 그녀는 기독교 정신에 입각해 사회적 절제 운동을 하며, 알코올과 이혼 그리고 각종 성적 억압이라는 문제를 여성적 관점에서 풀어나갔다. 그런 활동을 하던 그녀의 눈에 투표권의 부재는 가장 중대한 문제로 다가왔고, 그 이후 투표권 확보 투쟁에 돌입하였다. 그녀의 ‘인식’는 전 세계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변화는 인식으로부터 온다. 우리가 앞으로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문제라고 인지하는 것이다. 그 문제를 바꾸어 나가려는 노력이 모이면 세상이 변한다. 성범죄에 대한 인식이 변한 것처럼 앞으로 애니메이션 속의 성 역할도 차츰 변하기 위해 인식하는 것부터 시작하자. 시간이 많이 걸릴 수 있겠지만, 애니메이션에 담긴 작은 메시지가 아이들의 가치관을 만들고, 그 아이들이 커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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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 Suy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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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린 시절 만화에 빠졌던 추억이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이렇듯 많은 어린아이들의 유년시절을 책임지는 애니메이션 산업이 점점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한국 콘텐츠 진흥원에 따르면, 2005년 2조 759억 원이였던 국내 캐릭터 산업이 2015년 10조 807억 원에 다다라서 10년 만에 5배로 급성장하였다. 과거 TV에서만 만화 영화를 접했던 우리 세대와는 달리, 모바일을 사용하여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다는 점이 아동 애니메이션 산업 성장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시간과 공간의 제한을 받지 않게 되어, 언제나 어린이와 함께하는 애니메이션인 만큼 더욱 신중하게 제작돼야 한다. 과거부터 폭력적인 콘텐츠가 어린이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그 성차별적인 메시지에 대해서는 간과하고 있다.

어린이를 위한 애니메이션 중 가장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뽀롱뽀롱 뽀로로>의 주요 캐릭터 중 여자 캐릭터는 단 둘뿐이다. 다른 인기를 끌고 있는 애니메이션도 비슷한 사정이다. <로보카 폴리>의 네 명의 캐릭터 중, 여자는 한 명뿐이며, <꼬마버스 타요> 역시 다섯 명의 버스 캐릭터 중 하나의 캐릭터만 여자인 설정이다. 그리고 세 애니메이션 모두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메인 주인공은 모두 남자이다. 물론 <플라워링 하트>와 같이 주요 캐릭터들이 모두 여자인 애니메이션도 있다. 하지만 주 타겟층이 여자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으로, 위의 예시처럼 모든 아이들을 타겟으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과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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