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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포스터 디자인

​마음을 사로잡는 한 장의 예술

영화 포스터(movie poster)의 사전적 의미는 영화 홍보를 위해 일정한 크기의 지면 위에 여러 형태로 디자인한 인쇄물을 말한다. 영화 포스터는 조형적인 아름다움과 시각적으로 강한 소구력을 가지고 있으며 보존 가치도 있어 영화 초창기 이래 중요한 전달 매체로 인식되어왔다.

 

최근, 한 장의 이미지에 함축적으로 한 편의 영화를 담아 영화 전체의 분위기를 풍길 뿐 아니라 그 자체로 강한 임팩트를 주는 포스터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작년 12월, 미국 매체 더필름스테이지가 선정한 올해 최고의 포스터 10선 중 1위는 자랑스럽게도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 였다. 더필름스테이지 측은 '아가씨' 포스터에 대해 "너무 아름다워 숨이 막힐 정도, 하나의 예술을 만들어냈다"고 극찬을 했다. 다른 미국 영화 전문 매체 인디와이어는 "단 한 장의 멋진 그림으로 마음을 사로잡는다. 서로 얽히고 설킨 스캔들을 암시하는 디테일에 주목할 것" 이라고 평했다.

('아가씨' 해외용 포스터)

이처럼 잘 만들어진 포스터는 관객들의 흥미와 상상력을 불러일으킬 뿐만 아니라 영화의 핵심 메시지를 잘 표현해 관객들의 이해를 도와 영화가 더 풍부해지도록 만들어준다.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 들이는 효과적인 홍보물 역할 이상으로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는 영화 포스터. 관객에게 포스터는 영화의 첫 인상이자 영화를 관람한 이후에도 영화를 오랫동안 회고할 상징물이 된다. 영화포스터의 1차적 기능, 즉 의미를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기능만을 염두하고 포스터를 제작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영화포스터는 소장가치가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예술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국내의 여러 디자인 스튜디오들 중에서 예술적인 영화 포스터 디자인의 흐름을 주도하고 관객들의 인기를 끌고 있는 두 곳의 디자인 회사가 있다. 그들은 따뜻한 색감과 분위기로 감수성을 자극하는 피그말리온, 독창적이고 개성 있는 감성 캘리그래피를 잘 활용하는 프로파간다이다.

작년, 아시아 최대의 영화 축제 제 21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렸다. 뜨거운 열정과 흥겨움으로 가득한 축제의 정체성과 방향을 잘 담아 이 영화제를 빛낸 공식 포스터 제작의 주인공은 프로파간다(PROPAGANDA)이다. 프로파간다는 3명의 그래픽 디자이너로 이루어져 있으며 영화, 공연, 방송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디자인 스튜디오이다. (홈페이지 : propa-ganda.co.kr)

피그말리온(PYGMALION)은 2014년 세계적인 스타 감독 자비에 돌란의 영화 ‘마미’ 의 한국판 포스터로 공개적으로 감독의 극찬을 끌어내며 주목을 받았다. 올해도 자비에 돌란 감독은 골든글로브와 오스카의 최종 후보에 오른 ‘단지 세상의 끝’ 의 포스터 디자인 제작을 위해 피그말리온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4명의 디자이너로 구성된 피그말리온 디자인 스튜디오는 영화 포스터 제작뿐 아니라 뮤지컬, 드라마, 음반 패키지 등을 디자인하고 있다. (홈페이지 : www.pygmn.com)

이렇게 국내 영화제의 간판 포스터 제작뿐 아니라 해외 시상식의 인터내셔널 공식 포스터 제작까지 맡은 두 회사는 자신들만의 스타일로 영화를 해석하여 특유의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영화의 컨셉을 전달하고 관객들의 관람 욕구를 깨우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 포스터의 어떤 점이 관객들의 마음을 매료시키고 있을까. 두 회사의 작품들을 통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영화 포스터의 감각적인 5가지 디자인 요소를 알아보았다. 

​과감함

​"센스있고 창의적인 감성으로 시각효과를 주자"

(밤섬 해적단 습격의 시작, 다이빙벨, 논픽션다이어리 포스터)

강한 인상을 주는 과감한 시도의 디자인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대게 상업영화에 비해 제한이 적고 자유로운 창작이 이루어 질 수 있는 다큐 영화, 예술 영화와 같은 독립영화 포스터에서 볼 수 있다. 신문에 노랑 페인팅을 하고 타이포를 거꾸로 뒤집어 배치한 방식으로 영화의 분위기를 더 극적으로 나타낸 세월호 진상 규명 다큐멘터리 ‘다이빙벨’, 인물을 가리는 사진 컷팅과 날카로운 캘리그래피로 대담한 시도를 한 ‘논픽션 다이어리’ 등에서 볼 수 있다.

​아름다운 색채

​"소장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색채를 강조하자"

(재키, 라이프, 할머니의 먼집, 앙: 단팥 인생 이야기 포스터)

강렬한 색채를 통해 캐릭터의 성격을 강조하거나 따뜻한 색감으로 영화의 소재나 주제의 이해를 도울 수 있다. 소비자인 관객은 색채 이미지를 통하여 영화의 장르적 느낌을 전달받고 호감도가 생겨나며 그 기대심리로 인해 행동적 반응인 구매의도에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예로 재클린 케네디의 모습을 레드 컬러에 담아 이목을 끈 ‘재키’, 영화 제목인 팥소를 뜻하는 앙과 영화 주제인 치유를 상징하는 보라색으로 포스터를 채운 ‘앙: 단팥 인생 이야기’ , 할머니의 따뜻한 분홍색 스웨터로 포스터를 가득 채운 ‘할머니의 먼 집’ 등이 있다.

톤 앤 매너 유지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하자"

(춘몽, 환상의 빛, 캐롤, 립반윙클의 신부 포스터)

전체적인 분위기를 잘 살려낸 포스터는 영화의 스토리와 정서를 고스란히 전해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준다. 한 여성의 뒷모습과 세 남자의 열렬한 시선으로 영화가 의미하는 바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킨 ‘춘몽’의 포스터는 흑백 영화의 오묘하고도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구현해 내었다. 국내 영화뿐 아니라 국내 정서에 맞게 새로 작업이 필요한 외화의 경우, 제약이 따르기 때문에 영화의 톤앤매너를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인공의 상실감을 나타내려 했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의도를 잘 담아낸 ‘환상의 빛’, 여성 퀴어 영화 특유의 분위기를 잘 살려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한 영국 영화 ‘캐롤’ 그리고 SNS가 전부인 여주인공의 모습을 고양이 모자를 깊게 눌러 쓴 모습으로 담아낸 일본 영화 ‘립반윙클의 신부’ 등을 그에 대한 예로 들 수 있다.

활자의 힘

​"독창적이고 개성있는 로고 타이틀로 호기심 자극하자"

(프란시스하, 미스줄리, 투라이프 포스터)

로고 타이틀은 영화 포스터의 꽃이라 불린다. 한 장의 포스터를 위해서는 이미지뿐만 아니라 핵심 요소라 할 수 있는 로고 작업도 중요하다. 영화 포스터에 있어서 문자는 임의의 장소에 특징있게 표현되어 전달과 호소력을 강화할 수 있게 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몇가지 조건을 필요로 한다.***

 

1. 명시도가 높아야 한다.

2. 가독성이 높아야 한다.

3. 문자체를 잘 선택해야 한다.

4. 배치를 효과있게 해야한다.

 

이렇게 잘 표현된 포스터는 활자의 형상이 이미지와 자연스럽게 합쳐져 영화의 느낌을 풍기면서 영화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낼 수 있다. 영화의 이미지 전체를 문자로 덮는 과감한 디자인이 눈에 띄는 ‘프란시스하’ 와 인물 옆으로 그려진 하얀 색의 심플하고 힘있는 ‘J’ 레터를 보여준 ‘미스줄리’ 등에서 시선을 끄는 자유로운 로고 타이들을 볼 수 있다. 또한, 프로파간다에서는 디자인한 영화의 로고 타이틀 캘리그래피를 모은 아카이브 북을 출간하기도 했다.

(프로파간다 FILM TYPOGRAPHY vol.2 CALLIGRAPHY)

세련된 감성으로 재구성

​"재개봉 영화의 리디자인에 있어 원작의 본질을

그대로 유지하되 세련되게 재구성하자"

(이터널선샤인,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퐁네프의 연인들, 위대한 독재자 포스터)

오리지널판을 리디자인할 때 영화 내용의 정확한 파악 없이 디자인적으로만 완성하려는 태도는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기획적 요소를 간과한 것이다. 영화의 주제, 분위기, 사상 등을 제대로 파악한 후 그에 적합한 표현 방식과 내용을 도출할 수 있어야 한다.**** 당시 포스터 보다 요즘 트렌드에 맞도록 시대적 감각을 반영하면서 기존의 톤앤매너는 잃지 않아야 예술성과 대중성을 두루 갖춘 포스터를 만들 수 있다. 그에 대한 예로는 은은한 색감으로 세련되게 재탄생한 ‘이터널선샤인’ 과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그리고 인상 깊은 영화의 한 장면으로 만든 감성 가득한 ‘퐁네프의 연인들’ 등이 있다.

 

디자인이라는 것은 하나의 커뮤니케이션 매개체이다.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것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전달의 도구로서 소통하는 것이다. 관객들과의 소통에 능한 두 회사의 포스터들을 통해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서 존재감을 갖추고 있는 영화 포스터의 디자인 요소들을 살펴보았다. 다양한 표현방식으로 감성적인 이미지를 구현해내어 그 영화만의 분위기로 감각을 환기시켜주는 이들의 작품들은 영화만큼이나 관객들의 뇌리에 선명하게 각인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감각적인 영화 포스터는 실제로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불규칙적인 외근, 촬영 등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많은 업무에 매달리고 있던 실무진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한 뒤에야 전화로나마 이에 대한 짧은 이야기를 들어 볼 수 있었다.

인터뷰

Q.  프로파간다를 간략하게 한 줄로 소개해주세요.

- 안녕하세요. 저희는 영화, 공연, TV 드라마 같은 엔터테이먼트 디자인을 전문으로 하는 디자인 스튜디오입니다.

Q.  프로파간다의 포스터 제작 과정이 궁금한데요.

어떤 과정을 거쳐 영화 포스터 디자인이 완성되나요?

- 보통, 영화사에서 사진을 주면 사진만 받아서 디자인한다고 아는 분들이 많은데 그렇지는 않고요,

영화 의뢰를 받으면 처음에 하는 일은 시나리오 북 디자인에요. 그래서 시나리오 북, 즉 대본이겠죠, 표지 디자인뿐 아니라 내지 디자인도 다 해서 책으로 만드는 거에요.

그럼 이제 그것을 토대로 영화 촬영도 시작하고, 그래서 영화가 완성되기 전, 완전히 완성되기 전부터   저희는 포스터 작업을 들어가요. 그러니깐 영화를 보기 전에 시나리오 글만 보고 아이디어를 짜는 거에요. 포스터의 배우가 어떤 포즈로 어떤 옷을 입고 어떤 헤어스타일을 하고 어떤 공간에 어떻게 있는지 그런 것도 일일이 다 짜는 거에요 아이디어를. 그 다음에는 그것을 스케치를 하는 작업을 해요. 그것을 토대로 포스터 촬영을 진행하는 거죠. 포토그래퍼, 헤어메이크업, 스타일리스트를 다 섭외해서 촬영을 진행하는 것까지 저희가 다해요.

그렇게 나온 사진으로 저희가 디자인까지 다하는 겁니다.

Q.  희 유레카는 학생들이 광고, 홍보에 관련한 사회현상, 문화들에 대한 비판적, 분석적 시각을 키우는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학술지입니다. 회사의 커뮤니케이션(회의, 의견 조율, 전달 등)에 있어서 프로파간다는 주로 어떤 커뮤니케이션을 하시나요?

- 외부적으로는 클라이언트 만나는 일이 대다수입니다. 저희 아이디어를 팔기 위해 잘 설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죠. 내부적으로는 각자 아이디어를 짜서 브레인스토밍 하는 방식을 주로 이용합니다.

 

Q.  제가 이번에 포스터들을 보면서 포스터의 감각적인 디자인 요소들로 과감함, 아름다운 색채, 영화의 내용의 톤앤매너 유지, 활자의 힘(캘리그라피, 타이포그라피), 세련된 감성으로 재구성(재개봉영화)이라고 5요소를 꼽아보았는데요.

프로파간다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스터 디자인의 요소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 일단, 심미성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처음 봤을 때 매력적으로 보여야 되니깐요. 아울러 그 매력적인 요소를 보고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싶게끔 만들어야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관객들에게 재밌어 보이게 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에요. 또, 재밌어 보여야겠지만 당연히 디자인 쪽으로도 아름다워야겠죠!

 

Q.  앞으로 프로파간다의 계획이나 포부를 듣고 싶어요.

- 좋은 작품 만나서 멋진 포스터 만드는 게 계획입니다.

 

Q.  마지막으로, 영화 관련 분야의 취업을 꿈꾸는 대학생들에게 응원의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 열심히 해서 하고 싶은 일, 꼭 하시기를 바래요.

 

영화의 전반적인 제작에 함께하여 영화를 대변하는 포스터를 만드는 디자이너들. 한 장의 이미지에 영화 한 편을 함축적으로 담아 영화의 예비 관객들에게는 궁금증을 자아내며 영화의 첫인상을 심어주고 영화를 본 관객들에게는 영화의 잔상을 남겨 영화를 자연스럽게 기억에 머물도록 해주는 연결고리를 만들고 있다. 따라서 매력적인 영화의 이미지를 만드는 작업은 이들의 손을 거친 영화 포스터 디자인에서부터 시작되고 끝이 난다고 볼 수 있다.

 

영화 포스터는 영화 관람 선택을 좌지우지하는 하나의 광고이다. 상업적인 목적에만 맞추어 지면을 꽉 채운 대부분의 전형적인 포스터들은 정보전달과 홍보에만 급급해 영화의 감성을 포기했다. 게다가 최고 목적이 관객을 끌어 들이는 것이기 때문에 정보 과다로 과장된 채 디자인되어 왔다. 최근 국내 영화 포스터의 디자인은 더 다양해지고, 수준도 높아졌다. SNS의 활성화와 함께 감성적이고 트렌디한 포스터에 대한 관객의 관심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를 영화 특유의 개성과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함축적으로 조화롭게 잘 구현한 포스터는 다른 마케팅을 비롯한 홍보 활동보다도 큰 역할을 한다. 따라서 앞으로도 영화의 분위기와 내용을 상상하도록 유도하고 흥미와 영감을 주는 감각적인 영화 포스터를 구현하려는 국내 포스터 디자인사들의 많은 시도와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또한 그에 따른 향후 영화 마케팅 산업의 새로운 발전도 기대가 되는 시점이다. 

*영화 포스터의 디자인요소가 영화 선택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이선희, 2003)

**영화포스터의 색채이미지가 관객의 영화 관람의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 1999년~2008년 흥행 영화 TOP 20위 중 멜로와 코미디 장르를 중심으로 (이경아, 2010)

***한국 영화포스터 디자인의 발전방향에 관한 연구(90년대 한국 영화포스터를 중심으로) (안경애, 1997)

****광고표현에 있어서 톤(Tone)에 관한 한국과 미국의 비교문화 연구 (권동은,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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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 Jeong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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