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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예술작품으로 본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성찰

잭슨 폴록 (Jackson Pollock) – No.5

마크 로스코(Mark Rothko) 

-No.6(Violet, Green and Red)

1천700억원(2006년 기준), 2천260억원(2014년 기준). 위에 보이는 그림들이 가지고있는 경제적 가치이다. 많은 사람들은 위 작품들이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 의아해 할 것이다.

작품의 가격은 겉으로 보이는 시각적 형상이 아닌 작품을 만든 작가의 철학, 의도, 만들어진 배경, 시대적 의의 등 복합적인 요인들로 매겨진 가치이다. 즉, 물질적 가치가 아닌 정신적이고 역사적인 가치인 것이다.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비물질적 가치를 생각해내고 표현하는 것. 그것이 크리에이티브의 보편적 가치이며, 미술 컬렉터들은 작품에 투영된 이런 가치들을 소유하기 위해 그만한 값을 지불하려 한다.

크리에이티브는 비단 예술에서만 중요한 가치를 가지는 것이 아니다. 무엇인가를 창조하는 것을 업으로 삼는 이들 모두에게 통용되는 말이며, 특히 광고홍보학과에 재학중인 학생들은 크리에이티브란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을 것이다.

크리에이티브의 중요성은 많은 사람들이 인지하고 있지만, 그것을 해 나아가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다. 없었던 것을 나만의 생각을 통해 만드는 것은 많은 성찰과 노력이 필요 할 뿐 아니라, 그 결과물이 성공적일 것이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이 글은 단순히 난해해 보이는 현대예술작품 소개를 넘어, 어떻게 하면 창조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를 잘 할 수 있을지 파악해 볼 것이다. 그렇다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것 같이 거창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이미 알고있던 것들을 다시 한 번 생각 해볼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또한 그러한 창의적 사고를 바탕으로 한 이전의 사례들은 무엇이 있었는지 살펴볼 것이다.

1.인식

<본질에 대한 깊은 생각(숙고)>

조셉 코수스(Joseph Kosuth) -  하나 그리고 세 개의 의자(One and Three Chairs), 1965

위 작품은 미국의 대표적 개념미술 작가 조셉 코수스의 ‘하나 그리고 세 개의 의자’라는 작품이다. 작품은 왼쪽부터 의자를 찍은 사진, 실제 의자, 그리고 의자의 사전적 정의를 나열해 놓은 형식을 취하고 있다. 세 개의 의자는 동일한 개념의 의자를 각기 다르게 표현하고 있고, 하나의 작품을 구성하는 요소로서 작동한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인간의 인식 능력을 지각과 상상과 사유 세가지로 구분하고 지각의 대상은 사물(실제의자), 상상의 대상은 이미지(사진), 사유의 대상은 개념(정의)이라고 말한다. 이는 관람자들이 늘 사용하는 의자의 본질에 대해 깊이 생각 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 함으로서 대상의 진정한 본질을 어디서 찾아 낼 수 있는지 묻고, 사물을 보는 방법이나 시각 등을 제시하고자 하는 의도로 작품을 제작하였다.

 

위 작품을 통해 알 수 있는 건 우리는 대상의 본질을 무엇으로 볼 것이고, 그 본질을 얼마나 깊게 생각해 볼 것인가 하는 사고이다.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며 많은 정보를 가질 수 있게 되었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으로 어떤 것에 대해 깊게 생각을 해 볼 수 있는 기회는 상실하였다. 대상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 볼 기회가 적어지면서 목적성을 잃어버리고, 행동의 본질은 망각한채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런 상황은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학교에 입학을 할 당시만 하더라도 학교생활에 대한 비전, 사명감, 목적을 가지고 입학했지만, 몇 년이 지나다 보면 수동적으로만 학교생활에 임하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서점에 가보면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자기계발서들이 많이 출간된다. 그런 자기계발서들의 공통점은 ‘왜 하는지’, ‘어떻게 하는지’, ‘어떤 생각을 해야하는지’ 같은 것들이 앞부분에 가장 먼저 나온다. 이는 항상 본질에 대한 이야기들이 우선시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본질을 잘 이해하는 것은 무엇이 중요한지 단숨에 파악 할 수 있게 해주고, 목적을 잊어버려서 발생하는 많은 문제점들을 사전에 방지 할 수 있게 해준다.

위와 같은 사고를 마케팅적으로 가장 잘 풀어낸 대표적 사례의 기업으로는 무인양품(무지)가 있다.

1980년 일본에서 설립된 무인양품은 일상생활 전반에 걸친 제품들을 제조, 판매한다.
 

무지는 제품의 디자인, 가격 혹은 브랜드 이미지만을 생각하며 어떻게 하면 판매를 잘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전략들이 아닌, ‘제품의 질적 추구’라는 본질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직접적인 효용가치를 제공하는 전략들을 구사한다. 제품을 만드는 소재 자체에 집중하여 질이 좋은 재료를 사용하고, 꼼꼼한 제조 과정을 거치며, 브랜드 로고를 제품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이와 같이 ‘좋은 제품’을 지향하는 무지의 철학은 우리가 추구해야 할 본질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한다.

제품에 대한 깊은 생각을 통해 소비자들이 제품에 기대하는 가치라는 목적성(본질)을 파악했고, 이 본질을 근간으로 한 제품의 기본에 충실하자는 크리에이티브(뛰어난 제품력, 꼼꼼한 제조과정, 브랜드 로고 제거)로 이어졌다. 이는 결과적으로 무지가 성공할 수 있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위 사례는 우리가 대상을 인식하고 숙고하는 것이 목적성을 가지는 길이며, 이를 통한 파악이 창조적 사고의 시발점이라는 것을 말한다.

2. 발상

<표현과 의도의 역설>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 - 살아있는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육체적(물리적) 죽음의 불가능성(The Physical Impossibility of Death in the Mind of Someone Living), 1991

‘세계에서 가장 비싼 생존작가’ 라는 타이틀을 가지고있는 데미안 허스트는 영국의 현대미술 작가이다. 그는 트레이시 에민, 마크퀸과 같은 yBa(young British artists)의 대표적인 작가 중 한명으로서 동물의 사체, 해골, 구더기와 파리 등 ‘죽음’과 관련된 재료들을 통해 작업을 진행한다.

이해하기 쉽지않은 제목을 가진 위 작품은 허스트가 ‘죽음’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작품세계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계기로써, 높이 2미터 길이 5미터에 달하는 수조에 포름알데히드 용액(방부 액)을 넣고 상어가 떠있도록 제작하였다.

‘죽음’과 관련된 데미안 허스트의 다른 작품들

이렇게 데미안 허스트는 작품을 통해서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작가로 잘 알려져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관람객들에게 전하고 싶어하는 메시지는 ‘삶의 희망’이다.

허스트는 한 인터뷰에서 어떻게 죽은 상어를 보고 삶의 희망을 느낄 수 있느냐 라는 질문에 ‘죽음’ 이란 외면한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차라리 죽음과 직면함으로써 오히려 삶이 더 빛난다고 생각한다’’ 라는 말을 했다. 다시 말하면, 작품을 보고 느끼는 죽음에 대한 공포가 삶의 희망, 소중함을 더욱 두드러져 보이게 하는 역할로 작용 하는 것이다.

삶과 죽음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역설적으로 표현한 허스트의 의도는 크리에이티브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역설하는 사례는 지난 2008년 미국 대선 투표 장려를 위한 캠페인인 ‘투표하지 마세요’가 대표적이다. 할리우드 스타들이 차례로 나오며 투표를 하지말라는 말을 하지만 결국은 꼭 투표를 하라는 말을 하는 의도를 내포하고있었다. 이 캠페인의 영향 덕만은 아니지만 2008년 대선 투표율은 62.2%를 달성하는 인상적인 결과(2012년 57.5% 2016년 56.9%2016년)를 낳았고, 이는 현재까지도 성공적인 공익광고라는 평을 받고있다.

또한 지난 2011년 미국의 친환경 아웃도어 기업 파타고니아는 ‘이 자켓을 사지 마세요’라는 슬로건을 내걸며 광고 캠페인을 진행했었다. 이 캠페인은 아무리 친환경 제품이라도 온실가스 20%가 배출되고 2/3의 천이 버려진다는 이유를 들며 옷의 필요성을 다시한번 생각해보라는 메시지를 전달했고, 더 나아가 2013년에는 헌 옷을 고쳐 입으라는 캠페인을 펼쳤다. 기업의 이윤추구라는 목적에 반하는 이 캠페인은 비즈니스를 수단으로 보고 인간과 자연에 대한 책임을 목적으로 하는 역설적 발상으로 탄생했다. 진정성 있는 친환경적 철학 덕분인지 파타고니아는 2013년이후 미국 아웃도어 시장의 2위로 등극하게 되는 쾌거를 이루었다.

미국의 2008년 투표 독려 캠페인 ‘Don`t Vote’

파타고니아의 2011년 캠페인

‘DON`T BUY THIS JACKET’

2013년 캠페인

‘Worn Wear’

위 두 사례는 표현과 의도가 반드시 일치해야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더 나아가 발상과 표현의 역설은 크리에이티브를 위한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3. 관찰

<일상의 재발견>

코넬리아 파커(Cornelia Parker) – 차갑고 어두운 것(Cold Dark Matter), 1991

영국태생의 코넬리아 파커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들을 가지고 자신만의 예술을 전개해 나가는 조각가이자 설치예술가이다.

 위 작품은 나무, 금속 플라스틱, 종이 등이 와이어에 매달려 있고, 중앙의 전구가 각 사물들을 비추어 공간안에 그림자가 드리우는 형식을 취하고있다. 각 사물들은 하나하나 떼어놓고 보았을 때 이미 용도를 잃은 폐기직전의 물체들이다. 파커는 일상 생활 속에 있던 폐물들을 작품으로 활용하여 색다른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 평범한 대상을 비범해 보이게 만드는 그녀의 창의성은 우리의 일상 속 물건들을 재발견해 내는 새로운 관점에서 비롯한다.

SK Telecom – 모바일 오케스트라, 2014

SK 텔레콤이 2014년에 선보인 모바일 오케스트라는 일상을 보는 새로운 관점을 충분히 나타낸 광고이다. 스마트폰 이전에 쓰인 휴대폰들의 음과 진동으로 SK 텔레콤의 당시 CM송을 연주했던 이 광고는 2014년 부산국제 광고제에서 종합 은상을 수상했다. 이제는 쓰이지 않는 평범 이하의 휴대폰들이 오케스트라라는 비범한 광경을 만들어 내었고, 이는 인상적인 성과로 이어졌다.

로버트 루트번스타인과 미셸 루트번스타인의 책 <생각의 탄생>에서는 위대한 창조가들의 특징으로 평범함을 심오함으로 만드는 능력이 있다고 한다.

이처럼 창조성과 창의성은 천재적 인물들의 훌륭한 통찰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 흔한 우리의 일상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는 관찰에서 비롯된다. 시드니의 오페라 하우스를 설계한 요른 웃손이 오렌지 껍질을 벗기던 도중에 오페라 하우스의 지붕모양을 디자인 한 것처럼, 떨어지는 사과를 통해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뉴턴처럼 일상에 대한 새로운 관점은 우리의 창조성을 한껏 발전시켜줄 것이다.

요른 웃손은 오렌지 껍질에 영감을 받아 오페라 하우스의 외관을 디자인했다.

지금까지 크리에이티브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는 현대작품들을 통해 창조적인 사고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요인들을 살펴보았다. 흔히들 크리에이티브는 유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며 세상에 이미 있는 것들을 새로운 창조물로 다시 만들어 내는 작업이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서, 창의적 작품 혹은 창의적 아이디어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에서 한 발짝 더 나가는 데서 나오며, 앞의 사례들 이상으로 다양한 접근이 가능하다.

다음으로 중요한 크리에이티브의 조건은 당연하게 알고 있었던 것들에 대한 시도이며, 시도를 통해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 시도를 통한 경험은 자기 자신의 자산이 되고 더욱 굳건한 결과물을 만들어 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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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ng Tae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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